친정엄마, 남동생과 제주 서쪽 여행 둘째 날은 서남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대정오일장
1일과 6일에만 열리는 대정오일장에 날짜가 맞아 가보았다. 한 번도 오일장에 가 보지 못했기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 했다. 엄마가 팥죽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맛있는 팥죽집이 있다는 소개도 받았는데 과연 칠천원짜리 팥죽은 양도 많고 인공적인 맛이 아닌 팥 본연의 깊고 구수한 맛이 좋았다. 과일가게, 생선가게, 옷가게, 잡화점, 식당 등 등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이 보였지만 내가 눈이 간 곳은 과일가게이다. 미니 애플망고 한 바구니에 만원 이라기에 냅다 샀고 제철인 신비복숭아에 자두까지 양손가득 과일을 쟁였다. 갈치도 무지 싸던데 여행중이라 못 사는게 아쉬웠다. 머리끈도 사고 만원짜리 얇은 이불도 하나 장만했지만 딱히 볼거리가 많은건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제주이니만큼 공산품은 싸지도 않고 서울의 온갖 화려한 물건들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사람에게는 특별할 구경거리는 없다. 2주이상 머문다면 물가 비싼 제주에서 만 원 이하로 맛있는 점심 먹고 과일 실컷 사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마노르블랑
몇 년 전 6월말에 왔다가 깜짝 놀랄 만한 수국 천지를 본 기억에 엄마 보여주고 싶어 왔는데 절반은 이미 져서 시들시들해서 실망스러웠다. 모든 꽃들이 그렇지만 시든 수국은 그 풍성함과 화려함에 비례해 더 슬프다. 다만 성수기가 지난 후 비 내리는 오후의 한산함 덕에 전망 좋은 벤치에서 좀 노닥거릴 수 있었다. 마노르블랑에 올때마다 느끼지만 위치 하나는 끝내주게 잡았다. 이렇게 한적한 날에는 멀리 보이는 바다와 산을 한 두시간은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제주 온 보람 있을거 같다. 하지만 앞으로 이 곳에는 6월 중순에 방문하는 것으로!!
니나수족욕카페
어제부터 많이 걸어 한 번쯤 발마사지라도 받고 싶었는데 마사지보다는 저렴한 족욕카페가 있길래 가보았다. 고급진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산방산과 바다뷰가 멋지다. 발 담그고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새콤달콤 맛난 댕유자차 마시면서 평화로운 경치 구경하니 피로가 확실히 풀린다. 서비스로 구워주시는 크로플도 간식으로 먹기에 딱이다. 좁은 카페에 고소한 버터 냄새가 가득해지면 입에도 들어 오기 전에 기분이 좋아지니까. 엄마도 한 번은 와 볼 만한 곳이라며 좋아하신다. 여행 사이 다리가 피로할 땐 한 번쯤 가보면 후회는 없을 듯하다.
커피스케치
용머리해안은 6월내내 그리고 7월 장마 동안 입장 제한이라 멀리서 나마 즐길수 있는 카페로 향했다. 내부가 세련된 트렌디한 카페는 아니지만 뒤로는 산방산이 앞으로는 용머리해안 뷰가 감탄할 만한 곳이다. 바깥에 나가 사진찍기에도 좋고 바다만 보이는게 아니라 한쪽으로는 푸른 언덕도 보이니 더 멋있다. 바다만 보이면 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
엄마도 경치 멋지다고 좋아하시면서 계속 사진 찍으셨다.
음료값은 역시나 비쌌는데 오후에 카페인을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규래차라는 특별한 메뉴가 있어 좋았다. 말린 귤껍질안에 여러 종류의 차가 들어 있어 재료에 따라 다른 색깔이 우러난다.
한 쪽 구석엔 바다뷰 테이블에 스탠딩 좌석이 있어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괜찮아 보인다. 성수기때는 어림없겠지만 오늘은 노트북 작업하며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보인다. 장마 기간에 다니니 대체로 한가로워서 좋다.
제주신라호텔
엄마가 신라호텔 한 번도 안 가보셨다고 해서 숙박은 못할지언정 베이커리에서 빵도 사고 구경이라도 시켜드리려고 갔다. 언제 봐도 쾌적하고 멋진 로비와 야외 풀장을 지나 잘 조성된 데크를 따라 해변으로 내려갔다. 비가 오는 데도 서핑을 즐기고 있는 청춘들을 부러워 하며 내 생애 서핑 할 날이 올까 상상해 보았다.
춘미향식당
제주 사는 친구가 제주 유명음식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해준 식당이다. 목살구이, 성게전복미역국, 우럭튀김이 나오는 정식이 있는데 정말 하나 하나 다 맛있어서 다시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다. 특히 우럭튀김은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태국 스타일의 달콤 새콤한 소스에 채소가 올려져 있어 생선튀김과 채소를 같이 먹는 요리인데 맛있다 연발하면서 순식간에 클리어했다. 미역국도 진~한 이 맛이야 할 만한 맛이고 고기도 냄새 없이 육즙가득했다. 멜젓도 갈치젓도 다 맛있어 고기의 풍미를 돋구었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결국 남편이랑 한 번 더 가서 갈치조림도 먹어봤는데 때깔이 때깔이 어찌나 예쁜 빨강이던지 도대체 뭘 넣은거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풍부한 매운 양념에 부드러운 갈치살, 게다가 잔뜩 든 감자와 무의 조합이 너무 완벽해 갈치조림 전문점 이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테이블은 늘 만석이고 로컬 분들 정말 많아 보였다. 세련된 인테리어나 눈 돌아가는 상차림 이런거 없지만 제주 서남쪽에서 꼭 들러 맛 볼만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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