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행팁
친정엄마, 동생과의 여행 마지막 날은 서귀포를 거쳐 성산으로 정했다. 중간 중간 비가 내려 날씨가 별로 안 좋아 실내에서 시간 보낼 만한 곳을 찾았고 엄마가 빛의 벙커를 좋아하실거 같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동 거리가 너무 길어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곶자왈 근처의 영어도시는 유난히 습한 지역이라 흐린 날에는 안개가 너무 심해 무서울 정도이다.
특히 밤안개는 웬만한 운전 실력이 아니라면 너무 위험해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는게 좋다.
맛집의 경우 한 때는 맛집이었으나 지금은 아닐수도 있기에 현재 올라오는 리뷰들이 많으지도 체크하는게 좋다는 것을 배웠다.
만월당
나는 제주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이 전복리조또라고 생각한다. 제주 올때마다 먹었는데 항상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먹는 사람이 제주라는 마음의 여유에 젖어있기도 하고 다른 곳보다는 훨씬 신선한 전복을 사용하기도 할 터이고 워낙 전복리조또 맛집이 많으니 저마다 식당들의 노하우가 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랑 같이 가기로 한 건 내가 아니면 엄마 스스로 선택해 드실일은 없을거 같기도 해서이다. 엄마는 크림소스 들어간 파스타를 좋아하니 전복리조또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고 성산가는 길에 있는 식당을 열심히 열심히 찾았으나 전복리조또 파는 곳은 그닥 많지는 않았다. 동선상으로 딱 맞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리뷰가 좋았던 만월당으로 최종 선택
음.... 분위기는 좋았고 전복 리조또는 역시 맛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문어 리조또도 딱새우 로제파스타도 그다지 인상적인 맛은 아니라 재방문 의사는 없다. 실내는 꽤 화려하게 단장되어 있으나 환기라 잘 되지 않는 듯 연기가 차 있는 느낌이 계속 났고 문어먹물 파스타는 무슨 맛을 내려는 건지가 분명치 않다. 그냥 짭잘한 고소한 맛이긴 한데 그 고소함이 감칠맛은 아니고 정체모를 맛이다.
딱새우 로제소스는 사실 맛없기가 힘든데 뭔가 익숙하지 않은 맛이다. 일반 로제소스 보단 크림맛이 강한데 그닥 점수를 주고 싶진 않았다. 비주얼은 둘 다 진짜 멋졌는데 아쉽다. 보통 하나가 맛있으면 다른 것도 맛있늗데 왜지?
원앙폭포
7년전 겨울에 원앙폭포를 처음으로 보았을때 그 신비스런 에머랄드 빛과 소박하지만 정다운 두 줄기 폭포가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엄마한테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돈내코 유원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걸어가는 길에 핀 수국이 너무 예뻤다. 마노르블랑에서 본 수국보다 오히려 싱싱하고 예쁘다. 비가 많이 온 후라 돈내코 계곡은 폐쇄되어 있었고 원앙폭포 내려가는 길도 좀 미끄러웠다. 장마철 제주를 다니려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은 필수이다.
비는 안왔지만 잔뜩 습한 공기를 뚫고 본 원앙폭포는 흐린 날씨 때문에 그 신비로운 물 빛이 다 표현되지는 않아 좀 아쉬웠다. 한 여름에 왔을때 폭포아래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계곡에 발 담그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장마철의 원앙폭포는 근처라면 모를까 시간을 들여 찾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엄마는 한 번은 볼 만한 풍경이라고 좋아하셨다. 어떤 대상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꼈던 강렬한 첫 기억은 두 번째 세번째 경험을 시사하게 만드는게 확실하다.
암튼 원앙폭포는 반드시 햇살이 반짝이는 날 가는 걸로!
빛의벙커
성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섭지고지와 빛의 벙커이다. 5년전쯤 빛의 벙커 전시를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 명의 입장료가 부담되어 오기 전에 검색해 보니 할인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는데 신한 카드가 무려 20프로 할인을 해주었다. 이제까지 그저 네이버 예약이 최고인 줄 알고 네이버 예약만을 했었는데 제주의 모든 유료 관광지는 반드시 할인 수단을 검색해 볼 일이다.
이번에 샤갈과 이왈종 전시였는데 결론은 샤갈보다 이왈종이 더 좋았다. 물론 샤갈전이 더 화려하고 작품도 훨씬 다양했지만 익숙한 몇 작품을 제외한다면 너무 강렬하고 기괴한 그림들이 많아 보고 있는게 좀 힘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의 발랄함을 유쾌하고 밝게 표현한 이왈정 작품들은 기분좋게 만들었다. 바깥 날씨가 우중충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전시 내용을 미리 살펴 취향인지 아닌지 파악 해야 겠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이 아니라면 30분이상 진행되는 시간을 별 감흥없이 어두운 곳에 갇혀 있어야 하니 들인 돈 대비 그저 그런 시간이 될 수 있다.
빛의 벙커는 무더위를 피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그러나 온도가 낮아도 너무 낮아서 10분 정도 지나니 몸이 으슬으슬 하고 바닥에 앉아있다보니 여기 저기가 불편하다. 다음에도 여름에 방문한다면 긴 팔 옷에 1인용 방석은 필수로 챙길 것이다. 빛의 벙커의 수준 높은 기념품 가게는 서울의 웬만한 전시회 샵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딸이랑 같이 왔을때 우산에 핸드폰 케이스에 카드에 잔뜩 사서 딸이 제주도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쓴 장소가 되었다.
빛의 벙커 옆 커피 바움도 늘 생각나는 곳이다. 멋진 숲 뷰의 통창과 진한 커피맛 때문이리라
성산해촌
성산일출봉 갈 시간은 없고 보고는 싶을 때 그리고 물회가 먹고 싶다는 동생과 생선조림이 싶은 나의 희망을 조합해 찾은 집이다. 위치가 성산일출봉 바로 앞이라 전망은 끝내주었으나 음식 맛은 그저그랬다. 한때는 핫플이었음을 증명하는 다수의 방송출연 사진들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너무 썰렁하다. 규모는 무지 큰데 외관도 내무도 낡아 쇠락해 가는 느낌. 그 넓은 식당에 손님은 우리 포함 세 테이블 정도. 물회는 맛없지도 맛있지도 않은 평범한 맛이었고 기대했던 우럭조럼은 양념이 마트에서 파는 양념장을 넣은 것 같은 깊이 없는 조미료 맛이 났다. 그래도 우럭은 싱싱한 듯 했고 나물 반찬이 맛있어서 밥을 싹싹 비우긴 했다. 맛없다, 서비스 별로다 욕할거리는 없지만 추천할 수도 다시 가고 싶지도 않은 집이다. 요즘 맛집은 아예 새롭고 세련된 집이던가 내공 있는 작은 규모의 노포인던가 둘 중 하나인거 같다. 규모는 큰 데 사람이 없는 집은 일단 피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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