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3주 살기
언젠가부터 전국민의 꿈이 된 제주 살기의 기회가 나에게도 왔다.
제주에 집이 있는 친구가 잠시 서울에 머무는 동안 빈 집을 쓸 수 있게 된 것!!
한 달은 아니었지만 짧지 않은 3주라는 시간을 시간을 알뜰히 보내기 위해 여행만 가면 J로 돌변하는 나 답게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시간이 긴 만큼 여행의 동반자도 다양했는데
처음엔 친정 엄마와 남동생이 방문했고 그 이후에는 남편과 친구들 마지막에는 대학생 딸이 왔다.
21일간 도착 하는 날부터 가기 전 날 까지 장마가 계속 되었으나 그 또한 제주 다운 모습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우리의 숙소는 서쪽의 영어교육도시이다.
그 유명한 제주오설록 티뮤지엄에서 10분 거리이자 신화월드와도 지척이다.
그래서 일정의 대부분은 서쪽에서 보냈다.
친정 엄마와 제주 여행 첫날 : 7월 1일
빌레뱅디
서쪽의 골프장 라온cc, 테디벨리cc와도 가깝고 신화월드에서도 10분 거리인 이탈리언 레스토랑이다.
불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제주말로 넓은 들판이라는 뜻의 빌레뱅디는 건축가 사장님의 작품 같은 공간이었다.
연꽃이 너무도 예쁘게 피었던 작은 연못, 크진 않지만 돌담이 이어진 산책로, 멋진 돌들로 꾸며진 레스토랑 내부 등 특별한 공간은 제주에 왔다는 설렘을 자아냈다.
공간이 아무리 멋져도 중요한 건 음식 맛인데
파스타 꽤나 좋아하는 내가 주고 싶은 점수는 85점 정도이다.
두 번 이나 가서 리조또, 뇨끼, 치킨 파스타, 라자냐, 새우 오일 파스타 이렇게 먹어 보았는데
리조또는 정말 맛있었고, 뇨끼는 맛있었고 나머지는 먹을만한 정도이다. 치킨 파스타의 치킨은 맛있었는데 파스타 소스는 너무 평범해서 추천은 하지 않고 싶다. 나머지 음식들도 조금 더 이 집 만의 필살기가 들어간다면 서쪽 핫풀로 소문나지 않을까?
엄마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좋아하셨는데 사진 찍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엄마도 연꽃이 예쁘다고 사진을 많이 찍으셨다. 제주만의 정취 가득한 이곳은 남녀노소 대부분은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공간
식당 옆에 있는 헌책방 Mr.book에도 들러 책 한 권씩 샀다. 규모는 작고 책 값이 싼 편은 아니지만 일주일 이상 제주에 머무른다면 제주 하면 떠오를 책을 한 권 골라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이지 싶었다.
저지예술인 마을
식사 후 비도 오고 해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미술관 두 곳으로 향했다.
제주현대미술관
비싸지는 않았으나 입장료(2,000원)는 받는 것 치고는 인상적인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부속관도 있고 넓은 부지에 들어선 미술관 일대 주변 조경을 잘 꾸며놓아 산책하기 좋았고 예술인 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비오는 날의 감성과 잘 맞았다. 뙤약볕이라면 걷기 힘들 정도로 넓은 공간에 여러 미술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현대미술관과 부속실, 공예박물관, 서담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제주의 자연이나 특징들은 담은 작품들이 많아 비오는 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제주를 흠뻑 느끼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유동룡박물관
오래 전 인상깊게 보았던 방주교회를 건축했던 이타미 준의 한국이름이 유동룡이다. 최근에 오픈한 나름 이 지역의 핫풀이라기에 음료까지 포함에 일인당 26,000원 이라는 거금을 주고 예약했는데 결과는 대실망이었다.
무료라면 볼 만 했을거 같은데 실내 달랑 두 곳뿐인 작은 전시관과 실외 전시관인지 정원인지 모를 그저그런 공간에 이게 다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물론 특유의 미니멀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신비로운 느낌은 있었다. 물소리를 들으며 명상도 했고 헤드폰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영상으로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감상하는 공감적인 체험은 나쁘지는 않았으나 가격대비로는 과하다 싶었다.
음료를 파는 카페는 분위기 있고 예뻤지만 규모가 너무 작고 책 반입 금지라 여유롭게 즐기는 건 안되었다. 커피는 메뉴에 있지도 않고 녹차라떼에도 시럽은 없다. 전반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차 관객과 손님은 그저 따라오라는 배려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뭐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니 건축에 조예가 깊거나 유동룡님의 찐팬이라면 느끼는 바가 다를테지만.
싱계물공원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인 신창풍차해안을 달려 일몰 명소인 싱계물 공원으로 향했다. 풍력발전기가 해안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날씨가 맑았다면 환상적인 노을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지만 흐린 날도 그 나름의 운치는 있었다. 이래서 풍력발전기가 있구나 납득 될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니 엄마도 처음 보는 풍경이라 신기하다고 좋아하셨다.
저녁 먹기전까지 시간이 있어 좀 쉴 겸 근처 카페 파람에 갔다. 낡은 인테리어가 세련된 느낌을 주지는 못했지만 한 시간 정도 쉬기에는 아늑한 곳이었다. 음료값도 대형카페에 비해 조금은 저렴하다. 제주도의 대부분의 카페가 아메리카노 칠천원인 시대이에 오천원이니 말이다.
바다를 본 돼지
너무 관광지 식당인지라 조금 걱정 했는데 전망 좋고 친절하고 고기맛도 평타 정도는 되었다. 진한 육즙이 나오는 감탄할 만한 고기는 아니었지만 밑반찬 다양해서 좋았다. 돼지고기 먹을 때 곁들일 다양한 채소 반찬이 있는게 좋으니까. 해물맛 가득한 시원한 된장찌개가 참 맛있었다. 인생 돼지고기를 먹겠다는 기대가 없다면 바다 보면서 고기 굽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나름 낭만적인 곳이다. 모든 좌석은 가득찼고 삼삼오오 놀러 온 청년들이 많이 보일만큼 인기 있는 집인 것 확실하다.
첫날인 만큼 한 치의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분주히 다닌 하루
비 오는 제주도 나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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