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둘 만의 여행은 늘 특별한 시간이다. 아이의 속마음을 자연스레 들여다 볼 좋은 기회이고 둘이 쌓은 추억은 든든한 자산이 된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좋은 여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일주일 이상의 장기 여행때는 서로의 욕구를 조율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딸과 제주를 온 것이 벌써 네 번째라 딸아이의 취향을 잘 안 다고 생각했는데 2주라는 다소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렇지 만도 않았다.
딸은 말그대로 MZ의 한복판에 있는 시기이고 나는 보통의 중년보다는 딸과 공유하는 것이 조금 더 많긴 하지만 역시 4050의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려 했다.
1020들은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한 SNS와 예능에 등장한 장소에 열광한다.
부모들은 사람 많아 붐비고 서울에도 있는 곳인데 굳이 왜 가야하냐고 묻지만 그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트렌디한 장소야 말로 필수 코스이다.
따라서 미리 일정 하나하나를 상의해야 한다.
그래야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여 하는 여행이 양쪽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내가 당연히 제주와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정에 넣었던 갈치조림을 딸아이가 별로 먹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당일이 되어서야 알았다.
반면 나는 서울에서도 웨이팅으로 유명한 런던베이글뮤지엄으로 제주까지 와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정에 넣지 않았는데 딸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차창 밖으로 런던베이글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를 정도로 좋아했다.
가기 전에 코스를 짜고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있으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코스 짜는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가장 많이 참고하는데 경험 부족하기 때문에 화려한 사진에 속기 쉽다
서로 원하는 장소 선정 한 후 타당한 이유를 들어 선택 하자.
그리고 비록 대학생인 딸이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내가 돌보아야 할 대상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어른스럽지만 가끔은 아이처럼 굴 수도 있으므로 성인 파트너와 여행할 때 보다 인내하고 양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은 딸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들이다.
볼거리 및 즐길거리
금능해수욕장 :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물빛과 하얀모래가 아름다운 평화로운 모습에 감탄했고 해수욕 했던 시간이
이번 제주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고 했다.
테지움 : 내가 가장 내키지 않았던 곳인데 막상 가보니 정성 들인 전시물들이 꽤 있어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만한 곳이었다.
빛의 벙커
스누피뮤지엄 : 생각보다 넓은 실내외와 잘 짜여진 구성의 알찬 전시로 나도 무척 좋아했던 곳이다.
맛집
시종일관 : 팬케이크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브런치 카페이다. 제주까지 와서 팬케이크를 먹고 싶어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막상 가보니 같은 팬케이크 집이라도 제주 감성이 한 스푼 더해져 개성 있는 메뉴들과 분위기가 무척 좋았던 곳이다.
백한철 꽈배기 : 인스타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다고 했던 신라호텔 출신 명장이 만드는 꽈배기집인데 제주까지 와서 웬 꽈배기냐 했지만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그 고급스러운 맛의 꽈배기에 반해 나에게도 다음에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아베베 베이커리 : 제주에서 핫플로 등극해서 서울까지 진출한 유명 베이커리인데 빵순이들의 필수코스 곳이다. 공항 가기 직전 들러서 10개도 넘는 빵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런던베이글뮤지엄 :말이 필요 없는 MZ들의 성지로 웨이팅 두 시간은 기본이지만 구입만 해서 뒤편의 산책로를 따라 멋진 바다 풍광을 즐기니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문어 떡볶이 : 딸에게는 갈치조림 보다 더 땡기는 것이 문어떡볶이라고 하니 따라 줄 수 밖에. 엄청난 맛은 아니나 문어는 확실히 싱싱하다.
소품샵
시키 : 어른들이 보기에는 정말이지 살 만한 물건들이 없는 곳이나 MZ들에게는 열광을 받는 곳이다. 이런 곳을 가보며 무엇이 그들을 잡아끄는지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모르던 딸의 취향이나 생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집의기록상점: 가게와 베이커리, 주변 경치 모두 예쁜 곳이라 딸 들 취향 저격
세화씨문방구: 역시나 딸들을 위한 놀이터 같은 곳이다. 갈 때 마다 사고 싶은 것이 생기는 지갑을 열게 하는 곳
코코하 : 디저트 좋아하는 딸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곳
가보고 싶어한 곳
액티브파크 : 클라이밍 체험, 카트 타기
나중에 친구들과 가보라고 남겨 둔 곳
최근 BTS의 예능에도 등장한 걸 보니 MZ들 사이에서 인기인 것 같다.
무민랜드 : 누구나 좋아하는 캐릭터 무민을 주제로 한 전시관인데 입장료도 비싸고 시간이 부족에 가보지 못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아 한 곳
오름 : 딸아이 또래 여자 애들은 걷는 것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게다가 우리가 오름에 올랐던 날은 비가 와서 더 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곶자왈숲체험 : 역시 비오는 날이라 가고 싶지 않아 했으나 해설을 듣고 생각보다 훨씬 좋다고 했으니 하기 싫다고 피할 일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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