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양동식당(한경면)
근처를 지날 때 마다 길게 늘어선 줄과 좁은 도로 양 옆을 채운 차들을 보며 제주를 떠나기 전 꼭 가봐야지 했던 한양동 식당을 여행 마지막 날 드디어 가보았다. 주차는 길가와 전방 백미터 부근의 주차장에 하면 되는데 그걸 몰라서 한참 위로 올라가 도로에 했다. 주차도 불편하고, 자리가 부족해 합석을 할 수도 있고, 뷔페이나 점심만 하는 식당이라 너무 혼잡해 한 번 이상 가져다 먹기는 힘들고 분위기 이런거 아예 없고 잔반도 직접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숙소가 부근이라면 가 봐야만 한다. 왜? 갈치튀김과 야채튀김, 돈가스 등 튀김 맛집이기 때문이다. 단돈 만원에 뷔페에 수육도 있고 밑반찬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맛있는 튀김을 종류별로 먹을 수 있다. 일인당 6만원씩 하는 갈치구이 정식도 먹어봤지만 이 집 갈치튀김에서 맛볼 수 있는 극강의 고소함은 없었다. 얇은 갈치지만 튀겨서그런지 제법 먹을만한 살들이 있고 신선하기 그지없다. 딸도 이제껏 먹은 갈치 구이 중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다른 밑반찬들도 중간 이상은 되지만 다음에 간다면 갈치튀김과 야채튀김만 한 접시 가득 먹고 싶다.
2)제주돌창고(한경면)
한양동 식당에서 도보 5분거리에 있는 제주 돌창고는 가장 제주스러운 디저트와 음료를 파는 카페이다. 빙수마저 금능 해변을 본 떠 셀프로 재밌게 꾸며 볼 수 있다. 디저트로는 제주 전통떡인 지름떡, 감귤로 만든 양갱, 제주 마늘을 이용한 빵 등이 있고, 음료도 제주 과일과 제주 녹차, 제주 보리와 밀을 발효시킨 것 등의 로컬 재료를 사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맛있는 커피도 있다. 카페 자체도 옛날 방앗간을 개조해 아늑한 돌집으로 꾸며 놓은 것을 보면 사장님의 제주 사랑이 느껴진다. 포토스팟으로 만들어진 수영장과 그네도 멋지고 비록 사진찍기용이나마 수영장 바라보면서 그네타는 재미도 있다. 메뉴 하나 하나 공간 하나 하나에 정성이 가득 들어간 곳이다.
3) 금능해수욕장(한림읍)
이 여행의 대미는 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푸른 해변으로 하기로 했다. 제주를 10번도 넘게 왔으나 해수욕장에 가 본 적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막연히 해수욕장을 가려고는 했지만 어디를 갈지는 정하지 않았는데 한림공원을 다녀오는 길에 투명한 푸른빛의 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을 가진 금능 해수욕장을 보자마자 반했다. 장마기간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오전에 오던 비는 멈추고 오후부터 날이 개었다. 제주의 많은 해수욕장과는 달리 여기는 주차가 무료이고 주차장이 크지 않아 주차가 매우 힘든터라 할 수 없이 한림공원의 넓디 넓은 주차장에 대고 걸어왔다. 해가 아주 쨍하지 않다면 충분히 걸을 만한 거리이다. 평상이나 파라솔 대여료는 적당한 편이었고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도 깔끔하게 잘 되어있다. 큰 튜브 두 개를 빌려 물 속으로 들어갔다. 제주의 바다는 따뜻하게 몸을 감쌌다. 해변으로 보이는 야자수와 예쁜 물감을 풀어놓은것 같은처 바다, 하얀 모래사장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제야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수심이 얕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도 많았다. 튜브타고 하염없이 떠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를만큼 평화 그 자체였다. 딸은 제주와서 갔던 모든 곳들 중 이 바다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여행하면서 중문 해수욕장, 월정리 해수욕장을 구경 삼아 갔었는데 풍경과 물빛, 모래 빛은 금능이 최고였다.
4)호도제과(안덕면)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 인스타그램에서 제주 빵지순례 지도를 보았다. 요즘엔 최대한 빵을 자제하고 있기에 빵집엔 그닥 흥미가 없었는데 호도제과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데다 시그니처가 제주 쑥밤팥빵인 것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다. 원래도 쑥빵을 좋아했는데 제주가 은근히 쑥팥빵으로 유명한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제주 떠나기 전 맛있는 쑥빵을 먹어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유기농 밀가루와 국내산 팥, 쑥, 밤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쑥 위주의 할미취향 빵부터 스콘과 휘낭시에 같은 트렌디한 빵들까지 메뉴는 다양했다. 우리가 사온 것들 다 맛있었지만 나를 놀라게 만든건 별 생각없이 집어온 쑥 모닝빵이었다. 아니!!!! 이 찐한 쑥향과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빵의 질감이라니!
이제까지 먹어본적도 상상해 본적도 없는 조합이다.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는데 모닝빵이라기 보다는 떡과 찐빵의 중간 느낌이다. 가볍게 포실포실하면서도 맛이 깊다. 지금도 이빵을 사러 제주에 다시 가고 싶을 정도이다. 언젠가부터 쑥떡이나 빵을 먹으면 색깔만 진하지 쑥의 향과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건 찐이다. 한 자리에서 서 너개는 먹고 싶었는데 겨우 참고 두 개만 먹었다. 리뷰에 해외에서 요리학교 다닌 분이 제주 최고의 빵집이라는 칭찬한 글도 있는걸 보면 내 개인의 취향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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