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지움
대학생이어도 애는 애인가 보다. 나는 단 한 번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테디베어 뮤지엄을 딸이 가고 싶어 하기에 어릴 때 못 데리고 갔던 것이 미안해 큰 맘 먹고 가보기로 한다. 중문에도 테디베어 뮤지엄이 있지만 애월쪽에 있는 곳이 더 저렴하기도 하고 근처에 다른 볼 것들도 있어 애월 테지움으로 결정하고 애월로 출발
제주도와서 처음 본 파랗디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도로를 달려 도착한 테지움은 아무 기대 없이 온 것이 미안해 질 정도로 꽤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정글, 바다, 동화 속 유럽의 궁전 등 테마별로 다양한 공간이 있었고 진짜 뮤지엄처럼 액자안에 정교한 작품들도 있었다. 세월의 흔적으로 보수가 필요해 보이는 공간들도 있었지만 그만하면 아이들 혹은 테디베어 덕후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 했다. 다양한 동화, 그리스 신화, 명화 들을 주제로 꾸며진 곰돌이 들을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면 끝없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겠다 싶다.
2) 애월연어
1시가 넘어 테지움에서 나왔더니 근처 유명한 녹색식당과 다른 한식집은 모두 영업 시간이 끝나있어 점심은 소길별하 가는 길 동선이 딱 맞는 애월연어로 급히 결정했다.
최근 MZ 맛집의 성지 같은 서울 연남에도 지점이 있는 걸 보면 핫플임에 틀림없다 싶어 후보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집이다.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주택을 개조한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이가 돋보인다. 토치로 겉면을 살짝 인힌 애월연어의 시그니처 메뉴인 불땡이 초밥과 느끼함을 덜어줄 토마토 우동을 시켰다. 불땡이 초밥은 회전초밥집 가면 늘 먹는 양파랑 마요소스 올려져서 부드럽고 맛나던 그 초밥이었고 토마토 우동 요거 익숙한 듯 특색있는 처음 먹는 인상적인 메뉴였다. 커다란 토마토가 들어 있어 파스타 소소 같은면서도 매콤하고 걸쭉한데 개운한 맛이다. 특히 간이 쏙 밴 우동면이 내 취향저격이라 원래 그닥 좋아하지 않는 우동면을 남김 없이 다 먹었다. 아는 맛있는 밥 연어초밥과 모르는 맛있는 맛 토마토 우동 이 둘의 궁합이 좋았다. 전반적으로는 가격대가 좀 있었지만 리뷰를 쓰니 왕새우 튀김도 두 마리 주시고 나름 푸짐한 식사였다.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 동네 한 바퀴 돌았는데 동네 분위기도 식당 분위기도 좋아 한 번쯤 들려 볼만한 집이다.
3) 소길별하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제주도에서 저렇게 여유롭게 지낼 날이 있을까 꿈꾸었는데 21일 살기 라는 나름 꿈에 다가서는 그런 날이 왔다. 푸른 잔디를 품은 집 자체도 볼 거리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이유는 제주 로컬 브랜드 먹거리와 공예품 등을 파는 숍이었기 때문이다. 국내던 해외던 로컬에서만 볼 수 있는 퀄리티 좋은 브랜드를 만나면 설렌다. 특유의 그 감성을 담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 단순히 물건이나 음식이 아니라 영혼까지 담겨 있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소길별하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남다른다. 중세의 성 마냥 늘어선 나무들을 따라 난 길을 쭉 걸어야 집이 나온다. 이효리씨 공주처럼 성에 살았었구나 싶은게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디를 보아도 푸르다. 이상순씨 작업실이었던 곳은 지금 카페인데 통창으로 보이는 무성한 숲뷰를 즐기며 귤 쥬스 한 잔 마시니 집 주인이라도 된 듯하다. 소길별하를 방문하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길래 무슨 물건 가게가 입장료를 받나 싶었는데 이런 뷰에서 마시는 음료값이라면 충분히 지불할만 하다. 아이유와 이상순이 앉아 이야기 나누던 집 앞 캠핑 의자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귤주스를 마실 수도 있다. 정원의 하얀 파라솔과 의자에 앉아 책이라도 읽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에서 산 기다란 푸른 원피스를 입고 카페와 정원을 휘젓고 다니며 잠시나마 집 주인 행세를 한 후 본격적으로 물건 구경을 하러 간다.
어떤 기발한 물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기대만큼 가격과 품질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들이 많지는 않다. 품질은 다 좋아보였는데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다.
4) 제주당
올해 오픈을 하자 마자 서쪽의 핫플 중 핫플로 자리매김한 초대형 베이커리이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내부와 잘 꾸며 놓은 외부 산책로, 새별오름을 품은 기가 막힌 경치와 특색있는 빵들, 제주 로컬 푸드 판매 등으로 거의 유명 관광지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우리는 세 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남아 있는 빵이라고는 딱 하나 양파빵 뿐이라 새별오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나왔다. 빈 접시가 가득한 매대를 보니 이 큰 베이커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을지 짐작이 된다. 적어도 12시 전에는 와야 품절의 염려가 없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내년쯤 되면 관광버스 타고 외국인들도 올 것 만 같다.
5) 카페 위이
제주당에서 빵을 못 먹은 것을 못내 아쉬워 하던 딸이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다고 찾아낸 카페이다. 한적한 동네에 있길래 동네의 작은 집인 줄 알았것만 동남아 휴양지 컨셉의 멋진 외관에서 풍기는 포스가 나 평범한 집 아니야 하고 외치는 듯 했다. 역시나 낮에는 스페셜티 커피와 디저트를 팔고 저녁에는 주류와 안주들을 파는 정체성이 분명한 곳이다. 커플들도 계속 들어오는 것을 보니 유명한 집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시킨 프렌치토스트는 겉면을 캬라멜라이즈한 촉촉하고 부드러운맛이 일품이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커피 맛을 못 본 것이 아쉽다. 창 밖의 푸른 언덕 뷰도 너무 예뻤다. 어디 유럽의 풍경 같기도 하고 오후에 와서 천천히 커피도 장소도 음미하고 싶은 곳이다. 가격이 비싼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런 조용만 마을에 이런 내공 있는 집이라니 제주는 참 많고도 많은 보물 같은 카페들을 품고 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