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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기

제주 서쪽(조수리, 청수리) 여행- 산노루, 프란츠스토어, 양가네버거, 카페 몽데

by 목표는영포에버 2024. 8. 23.

1) 산노루

몇 년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조수리의 산노루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때 맛집 리뷰의 선두 주자였던 망고플레이트에서 제주 카페 1위를 했던 핫플 중의 핫풀
딸과 나의 말차사랑 덕에 늘 1순위로 가고 싶었던 이 곳을 드디어 오게 되었다. 때로 찰나의 순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이 곳을 매우 매우 좋아하게 되리라는 느낌이 왔다. 우리 밖에 손님이 없던 시간대라  한적함, 고요함, 평화로움이 강물처럼 밀려왔고 감각적인 제품 전시며 모든 메뉴를 시키고 싶은 취향 저격의 말차음료와 디저트 컬렉션 그리고 다소 무뚝뚝한 제주도의 카페 사장님들과는 다른 상냥하디 상냥한 사장님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 한경도서관에서 협찬한 딱 이 카페에 어울리는 책들덕에
무려 이 곳에서 4시간을 보냈다. 흘러가는 순간 순간이 아까울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말차라떼는 다 아는 그런 맛이었으나 좀 더 진했고 다시 먹고 싶은 메뉴는 말차케이크였다. 지구의 단면을 자른 거 같은 earth의 색감 가나슈와 말차의 완벽한 조합 아.. 영원히 잊지 못할 말차케이크
그러나 좋아만 했지 잘 받지도 않는 카페인을 때려 넣고 나니 심장이 벌령거려 어쩔수 없이 시긴 귤차를 주문했다. 귤차 역시 새콤 달콤 맛나다. 게다가 계속 뜨거운 물을 부어 먹을 수 있으니 경제적이기도 하고.
화장품을 무지 무지 좋아하는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산노루 콜라보 화장품 시리즈 또한 이 카페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녹차토너, 녹차수분세럼, 바디오일, 바디밤, 클렌징 바 이렇게 다섯 가지 종류가 있고 온라인 몰에서도 살 수 있다. 한참을 서성이며 전성분 확인한 후 녹차수가 듬뿍 든 토너 하나를 집어 든다. 원래 녹차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산노루에서 손으로 일일이 채취한 녹차라니 얼마나 피부를 촉촉하게 해 줄 지 기대가 된다. 
 

2) 프란츠 스토어

실컷 산노루를 즐긴 후 조수리의 또 다른 명소 프란츠스토어로 향한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와우 사장님 감각이 청담 편집샵 수준이다
일본 브랜드 펜코 문구류, 핸드메이드 엽서와 디퓨저, 색감 예쁜 옷들, 내 사랑 향기템들, 앙증맞은 악세사리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몸에 대 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 보고 이것 저것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고르고 고른 끝에 딸 취향 망사 꽃무늬 에코백, 단단하면서도 여리 여리 핑크빛 머리핀, 둘째 딸 선물용 곰돌이 키링, 독특한 디자인의 만원짜리 내 반지를 샀다. 

 

3) 양가네 버거 

산노루와 프란츠에서 너무 몰두한 탓에 배가 몹시 고프다.
난 근처에서 백반이 먹고 싶었는데 딸이 조수리 옆 동네 청수리에 유명한 수제버거 맛집이 있다고 가고 싶어 한다. 수제 버거 러버인 그녀를 위해 양보한다. 
이름도 외관도 정겨운 양가네 버거
마을회관을 개조한 정감 있는 인테리어와 앞 마당이 널찍해서 날씨만 좋다면 어슬렁 거리며 바깥에서 시간을 좀 보내도 좋을 듯 하다.
그녀는 기본이자 시그니처 양버거를 시키고 해산물 러버인 나는 새우버거를 선택했다. 
두 종류 모두 맛 보고 싶어 반씩 나누어 먹기로 했다. 하나로 합쳐 베어물자 어느 유튜버 분의 대사처럼 “찐이다” 라는 탄성이 나온다. 
소고기 패티는 충실하게 소고기 본연의 맛을 내고 새우 패티는 다진 새우의 풍부한 맛을 낸다. 게다가 버거 번까지 직접 만드신다고 하더니 역시 포슬 포슬 맛나다. 집에서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만들며 빵 맛이 전체적인 반 정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제주 사는 친구에 의하면 친구의 지인이 서울에서 꽤 유명한 햄버거집이 사장인데 그 지인이 인정한 맛집이라고 한다. !!
 

4) 카페 몽데 

양가네 버거 창가에 앉아 남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자세로 버거를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 이쁜 가게가 보였다. 예쁜 꽃들이며 알록달록 의자며 저 집 사장님도 한 감각 하시는 구나 싶어 검색해보았더니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도 하시고 도자기 소품도 파는 카페다. 필이 온다. 들려야만 하는 집이야 하고
역시 손수 만드신 자기들이 투박하지 않고 아기자기 예쁘다 비누받침이나 국자 거치대처럼 평소에 꼭 필요하지만 맘에 드는게 없어 사지 못하고 있었던 물건들이 보여 신나게 고른다. 친정 엄마를 위해 컵과 접시도 세트로 골라 본다. 아 세상엔 예쁜 것이 왜 이리 많은 거야
네이버 후기 남기면 귀여운 동백꽃 무늬 컵도 주신다길래 딸이 열심히 후기 써서 받고 나도 갖고 싶어서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이것 저것 사고 계산하는데 동백컵 하나 더 서비스로 주시는 친절 왕 센스 짱 사장님!!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여행 초반이라면 도자기 수업도 받고 싶을 만큼 카페 분위기 너무 좋고 직접 만드신 케이크며 자두청이며 다 맛있어 보인다. 다시 와서 천천히 즐기며 차 한 잔 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