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방산 온천
네이버에서 한림공원과 산방산 온천 패키지 할인권을 사 두었다. 비 오는 날 노천탕을 가면 분위기가 있을 거 같아 비오기를 기다렸는데 드디어 종일 비 예보가 있고 별다른 일정도 없어 비 내리는 노천탕의 낭만을 꿈꾸며 온천으로 향했다.
네이버 할인티켓은 실내 온천만 사용가능하고 노천탕 요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데 키오스크에 온라인 구매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추가요금을 지불 할 수 있다. 수영복을 깜박한 딸은 수영복 대여를 했는데 다리까지 내려오는 길이라 많이 민망하지 않게 입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빨래 걱정도 없으니 이천원 내고 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샴푸나 린스, 바디워시 같은 건 없다. 최근 대중 목욕탕을 가 본적 없는 나는 있겠거니 싶어 안 챙겨 갔다 천원이나 주고 일회용 샴푸를 사고 말았다. 비누 종류도 팔고 있었는데 제주도에 와서 메이드인 제주도 비누를 사고 싶어 벼르고 있었기에 동백, 당근, 어성초 비누를 샀다. 딸은 왜 하필 목욕탕에서 비누를 샀냐고 타박이지만 제주 목욕탕에서 비누 사는 것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싶었다.
기대를 가지고 노천탕으로 나갔으나 비는 오지 않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좁은 노천에 와글 와글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실망스러웠다. 캐리비안 베이나 일본 여행 때 경험한 낭만 온천을 기대한다면 이 곳은 아니다. 산방산 뷰가 멋지고 이국적인 야자수들이 늘어서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는 있지만 고급스러움과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다. 노천탕 자체도 작고 남녀노소 다 모여 있으니 좁은 탕에 낯선 남자들과 모여 있기가 좀 그렇다고 할까.. 물론 수영복은 다 입고 있지만 그냥 큰 동네 목욕탕 느낌이다. 그래도 여탕이나 탈의실은 수시로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듯 보여 지저분 하거나 하지는 않다. 유황 온천이 아니라 온천 특유의 냄새나 즉각적인 매끄러움은 못 느꼈지만 머리 말리고 나서 머리칼이 유난히 반짝이는 걸 보니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여름이나 단기간 여행에 시간을 투자해 갈 정도는 아니고 날씨 추울 때 비가 온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누가 간다고 하면 노천탕을 위해 5천원을 지불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온천도 했겠다 출출해진 배를 달래려 나선다.
2) 거멍 국수
산방산 근처가 나름 갈치조림 맛집 밀집 구역이고 갈치조림는 나의 최애 음식 중 하나라 난 갈치조림을 먹고 싶었으나 딸은 그 돈을 주면서 까지 먹고 싶지는 않고 오히려 고기 국수가 땡긴다고 급히 검색을 한다. 딸의 맛집 리스트에 있던 거멍 국수집으로 향한다.
고기국수의 고기 퀄리티는 괜찮았고 김치랑 부추 무침도 맛났다. 그런데 국물에선 살짝 고기 냄새가 났다. 딸은 맛있다고 잘 먹었으니 고기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듯 하다. 내가 시킨 회 국수는 꽤 도톰한 회가 들어있긴 했지만 양념이 그닥 맛깔스럽지 않아 반 정도만 먹고 남겼다. 회가 두껍기만 하고 고소하거나 부드럽지가 않아 입에서 거술렸고 양념장은 특징 없는 시큼한 맛이었다.
고기와 김치류가 맛나니 돔베고기를 시켜서 먹는다면 괜찮은 선택일 듯 했으나 맛집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 식당들을 돌며 느낀 것은 한 때는 맛집이었으나 쇠락해 가는 집이 많으니 주의해서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리뷰가 많더라도 최근것인지 몇 년전부터 쌓인 오래된 것들 위주인지 잘 봐야 한다. 주로 규모가 큰 집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들어섰는데 너무 썰렁한 느낌이 난다면 한때의 영광을 뒤로 한 맛집의 지위를 잃은 집 일 가능성이 크다.
3) 블루 웨일
소중한 하루 한끼의 사먹는 식사에 실망했으니 카페라도 멋진 곳으로 가리라 선택한
오늘의 카페는 넓디 넓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블루웨일
바다를 향하고 있는 전면의 창이 어느 좌석에서든 시원하게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크나 큰 푸른 고래 조형물도 멋들어 지게 천장에 걸려있어 공간을 감각적으로 만든다. 그리스 신전같은 기둥을 통해 들어오는 웅장한 외관에 미니멀하면서 세련된 내부가 서쪽 바다뷰 카페 랭킹 안에 들만하다. 음료들도 특색이 있다. 이 집의 상징인 파란 고래를 올려주는 블루웨일에이드는 오렌지, 핑크, 블루의 화려한 색감으로 인스타그램에 당장 올리고 싶어지는 비주얼이고 한라봉과 아메리카노를 동시에 맛볼수 있는 오렌지와 커피가 두 층을 이루는 한라봉카노도 궁금하다. 디저트도 다른 카페에서 보기 힘든 꾸덕쫀득한 버터바가 있었다. 난 한 번도 먹어본적이 없는데 딸 말로는 서울의 핫한 카페들에서 인기 있는 디저트란다. 스콘을 더 딱딱하게 만든 맛일 듯 하다.
야외에도 바다를 감상 할 수 있는 멋진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어 날씨가 좋다면 하염 없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다. 우리는 2층에서 오랫동안 있었는데 책을 보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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