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여행을 오니 여행 정보를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검색한다. 아무래도 거기에 더 MZ 취향의 사진 찍을 장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쪽에 숙소가 있음에도 비용을 지불해서 동쪽까지 왔으니 더 열심히 검색을 했다. 보통 하루에 2시간 정도를 갈 만한 곳과 맛집 검색에 사용 할 정도였다.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돌이켜 보면 검색 끝에 방문한 곳들의 결과 보다는 우연히 찾아 들어간 집이 좋았을 때의 기쁨이 더 크긴 했다. 하지만 서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연인이랑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최대한 실패 확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1)고망난 돌
인스타에서 동쪽 포토스팟을 찾다가 보니 고망난 돌이라는 곳이 있었다. 티맵에 고망난 돌은 입력하니 하도리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길래 가보았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고망난 돌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 명사 였나 보다. 분명 고망난 돌이라고 내비를 치고 왔는데 인스타에서 본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당도한 곳도 설레일 만한 경치다. 바다도 풀도 기암괴석도 함께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계속해서 카메라 버튼을 누르게 한다. 그러나 뱀이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풀이 우거져 구석구석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고망이라는 귀여운 어감과는 달리 분지마냥 커다랗게 그릇 모양으로 돌이 움푹들어가 있다. 피크닉 바구니에 예쁜 돗자리라도 가져왔다면 더 완벽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비가 오락 가락 하는지라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그래도 제주와서 구입한 하얀색 기다린 원피스를 입고 나 제주다 라고 외치는 것 같은 사진들을 꽤 찍었다.
2) 소금바치순이네
이 동네 맛집인 돌문어집을 점심으로 선택했다. 하도리에서 종달리로 오는 드라이브코스가 일품이다. 길 옆에 늘어선 수국들이 이미 져 가고 있어 아쉬웠는데 수국이 한창인 계절에 왔더라면 넋이 나갈만한 풍경이다.
소금바치순이네는 네이버에서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은 집인데다 우리 모녀가 매운 오징어, 낙지, 쭈꾸미를 워낙에 좋아하는 입맛을 가진터라 별 고민 없이 선택했다. 양념이 정말 맛있긴 한데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다. 문어가 질긴편이고 양파가 너무 크게 썰려 있어 간이 쏙쏙 배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홍합이 부드럽고 간이 잘 배어 더 맛있다. 그리고 양념에 초고추장이 들어간건지 신 맛이 좀 났다.
양념에 신맛 빠지고 메인이 부드러운 쭈꾸미나 신선한 오징어라면 더 맛날 듯 하다. 그래도 양 많고 가격이 비싸지 않은 편이라 가성비 좋게 특색있는 요리를 먹기엔 괜찮은 선택이다. 서울에서 문어요리는 고급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3) 카페 바투모루
종달리 해안가에 예쁜 카페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오래 앉아있기엔 불편한 좌석이거나 인테리어가 좀 촌스러운 곳이 많아서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바투모루는 너른 풀밭에 시원한 바다뷰가 펼쳐진 감성 넘치는 곳이다.
게다가 디저트 메뉴로 딸의 취향저격인 디저트 컵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구좌읍까지 와서 맛있는 당근케이크를 먹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바투모루의 당근컵케이크는 환상적이었다. 난 사실 컵케이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곳의 컵케이크는 머핀 같은 느낌이 아니라 부드러운 케이크에 가깝다. 초코컵케이크는 말할 필요도 없이 맛있고 특이하게도 샤베트 아이스크림인 소르베를 팔고 있었는데 상큼한 느낌의 과일 소르베는 맵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의 디저트로 제격이다. 커피도 물론 맛있다. 컨셉을 잘 잡은 카페이다. 워낙 디저트류를 좋아하고 카페를 많이 다녀 보았기에 카페의 메뉴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정도로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면 실패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쾌적한 공간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페를 찾은 것이 기뻤다. 디저트 맛만 놓고 보자면 제주에서 가 본 곳들 중 세 손가락에 들 정도이다.
살짝 아쉬운건 제주도 카페나 음식점에서 여러 번 느꼈는데 사장님들이 관광지라 너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서 그런건지 원래 제주도 분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으나 무뚝뚝한 분들이 많다는 거다. 불친절하지는 않으나 조금은 더 다정하다면 안그래도 늘 그리운 제주를 더 그리워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카페를 나올 무렵 비가 쏟아져서 마이피기팬트리에서 샹그리아, 치즈, 감자칩 등을 사가지고 와서 숙소에서 가볍게 한 잔 하면서 저녁을 대신하고 돌풍 정주행 하며 하루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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