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것 세 가지가 오설록의 말차음료와 디저트, 흑돼지, 팬케이크였다. 팬케이크를 먹었으니 나머지 두 가지를 클리어 하는 중요한 날이다.
오설록 티뮤지엄은 국적불문, 나이 불문 제주의 가장 유명 관광지이지만 숙소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라 부담 없이 갈 있는 곳이라 별 준비가 필요없었다. 그러나 흑돼지!!! 제주에 오면 누구나 먹는 흑돼지 이기에 흑돼지 집은 차고 넘친다. 꽤 비싼 값을 치루고 먹는 흑돼지에 후회가 있어선 안되기에 찾고 또 찾아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분위기도 좋고 맛도 보장된 집으로 정했다.
1)오설록
딸과 나 둘다 말차덕후로서 오설록은 성지 같은 곳이다.
딸은 얼마나 오설록 가는 날을 기다렸던지 옷도 오설록의 차 밭과 어우리는 초록 초록 원피스 맞춰 입었다. 여긴 외국인도 필수 코스일만큼 붐비는 곳이라 오픈런을 하려 했으나 10시 조금 전 도착했다.
카페 주문대로 가기 전까지 온갖 차들과 오설록의 디저트들이 펼쳐져 있다.
아모레몰의 VIP 회원인 나는 오설록의 모든 디저틀을 섭렵하였기에 가볍게 패쓰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여기서 정신 없이 이것저것을 담고 있다. 녹차와플이나 쿠키 신제품인 말차프레첼은 살만 안 찐다면 매일 먹고픈 간식이다. 외국인들도 많이 많이 사가기를 바래본다. 오설록에 오면 이상하게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이제 K Food 뿐 아니라 K Tea의 시대도 오기를 바라니까
그래도 비교적 한가해 창가 자리 차지하고 두어 시간 있을 수 있었다. 12시가 넘으니 수학여행 버스가 학생들 쏟아내듯 물밀 듯 사람들이 몰려온다. 계산대에도 줄을 서기 시작 모든 자리가 차기 시작한다. 집이 가까워 그나마 일찍 왔으니 창가 자리에 여유있게 있었지 밥 먹고 차 한 잔 하러 왔다면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 인파에 떠밀릴뻔 했다.
우리가 시도한 메뉴는 제주 온니인 말차아이스크림이 올라 간 바움쿠헨과 제주미숫가루 말차 라떼 그리고 달콤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녹차를 골랐다. 최고급 수체녹차라는 일로향인데 처음에는 그냥 익숙한 맛이다 싶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은은하면서도 살짝 구수한 고급스러운 풍미가 가득했다. 바움쿠헨과 진한 말차 아이스크림의 조화도 훌륭했다. 일본에서 말차아이스크림보다 오설록 말차 아이스크림의 풍미가 더 좋다. 미숫가루 말차라떼는 실패 미숫가루 맛이 너무 진해서 말차의 향이 너무 약했다. 미숫가루 덕후라면 모를까 굳이 말차의 성지에 와서 이걸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주 여행을 하며 보니 옛날 제주도에서는 보리개역이라는 이름으로 미숫가루를 많이 먹었었던것 같다. 꽤 많은 카페에서 보리개역 음료들을 팔고 있었는데 오설록에서 먹어본 봐로는 일반 미숫가루 맛이랑 똑같으니 맛이 궁금해 굳이 먹어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창가에 앉으니 대기업의 손길이 닿은 덕에 창밖으로 보이는 풀이며 돌까지 조경은이너무 훌륭하고 예쁨이 가득가득 하다.
카페에서 나와 이니스프리 관으로 갔다.
이니스프리 체험관엔 비누만들기 양초만들기 등을 할 수 있었고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들도 있어 이니스프리 팬들이라면 눈길이 갈 만 했다. 점심 전이라 급하게 보고 나왔는데 비누 만들기는 한 번 쯤 시도해 보고 싶다. 마그넷이나 엽서보다 오히려 자주 쓰는 생필품들이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오래 남기기 때문이다.
푸른 녹차밭과 함께 오설록 야외 정원은 아직 남아있는 수국도 이름은 모르지만 고급진 꽃들도 형형색색 여름의 빛깔을 뽐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은게 흠이지만 명불허전 제주 필수 방문코스임에는 분명하다
2)별돈별 중문귤밭점
점심은 제주 사는 지인이 추천하기도 했던 흑돼지 식당 별돈별 중문 본점에서 숙성 흑돼지를 먹기로 했다. 사진으로 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숙성이라는 포인트에 끌렸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높디 높은 천정과 통창 뒤로 보이는 푸르는 나무들과 야자수가 돼지고기집 인테리어로는 베스트 몇 등 안에 들 정도로 멋졌다. 딸이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고 올 만한 곳이다. 숙성시킨 고기 답게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도 훌륭했다. 네이버예약하면 공짜로 제공하는 계란찜 너무 맛있다. 이거 이거 어디서도 못 먹어본 맛이다. 위쪽을 살짝 굽듯이 바짝 익혀 겉빠속촉 빵 마냥 겉은 바삭하고 속은 탱글 탱글 맛나서 신기하다 신기해 이러면서 먹었다. 네이버 예약 꼭 해서 반드시 먹어야 할 메뉴이다. 된장찌개도 진하고 명이나물, 타코 등 곁들임 반찬들도 특색있고 맛있다. 멜젓은 좀 비려서 별로였지만 전체적으로 흠잡을데 없는 구성이다. 고기를 다 구워주는 것도 좋다. 여러 면에서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집이라 생각한다.
안덕면 돈어길도 꽤 깔끔하고 멋진 인테리어라 생각했는데 별돈별 중문점과 비교하니 동네식당 같다. 중문에서 흑돼지 식당을 찾는 다면 주저 없이 갈 만한 집이다.
3) 소랑아시
밥 먹고 향한 곳은 소품샵 소랑아시로 중문 관광지에서 가깝다. 이 곳은 3년전에 딸과 왔다가 재미나게 구경했던 기억이 있어 다시 찾았다. 옷, 장신구, 먹거리, 소품 등 다양하면서도 특색있는 물건들이 많다. 문 앞에 걸려있는 화려한 끈 원피스 들을 보니 이렇게 긴 여행을 오면서 여행용 원피스를 하나도 챙기지 못한 것이 아쉬워 하나 정도 사고 싶어 기웃거리다 입어 볼 수 없다기에 포기하고 해변에서
할만한 반짝이는 유치한 팔찌와 귀걸이 하나를 골랐다. 이 집은 머리핀과 악세사리 들 종류가 많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3년전에는 여기서 제주 한라봉으로 만든 뱅쇼를 샀었다. 갈수록 다양해 지는 제주산 음료와 간식들이 반갑지만 제주를 자주 오는 편이다 보니 처음에 제주소품샵에서 느꼈던 신선한 즐거움이 별로 없다. 점점 소품샵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이 비슷해져 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기는 메이드인 제주는 아닐지라도 이 곳만의 분위기를 잘 맞추어 다양한 물건들을 구비해 재방문 하고 싶은 곳이긴 하다.
리뷰를 쓰면 손톱깎이를 준다기에 열심히 리뷰도 쓰고 3년전에 대량 구매해서 선물로 돌렸던 덧신도 다시 집어 들었다. 삼천원이하로 좀 많은 양의 선물을 사야한다면 소랑아시에서 파는 꽃무늬 덧신은 꽤 괜찮은 선택이다.
원피스가 미련이 남아 제주만의 특징이 있다는 옷집 알로하 제주에 들러보았으나 너무 아가씨 취향이면서 가격대가 있어 살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4) 옷가게 끌림
한 번 원피스에 꽂히자 반드시 원피스를 사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커져 열심히 옷집 검색을 했다. 굳이 제주까지 와서 옷을 사야 하나 싶었지만 긴 치마자락을 날리면서 해변을 걷는 모습이 너무 강렬히 머리에 박혀 없어지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네이버 리뷰를 보니 숙소와 멀지 않은 산방산쪽에 있는 끌림이 원피스 맛집이라길래 그곳으로 정했다. 정말 끌림은 원피스 맛집이었다. 자체제작한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 원피스부터 여성스럽고 풍성한 랩원피스까지 제주도의 동네 옷집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정도로 내공이 있는 집이었다. 마침 세일 중이라 딸 원피스 하나 그리고 내 원피스 두 개를 골랐다. 딸과 여행하면 이런 점이 좋다. 입어보고 또 입어봐도 눈치 볼 필요 없이 서로 코치도 해주고 기다려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 날 산 두 개의 블루와 화이트 원피스는 애월과 종달리 해변에서 나 제주에 있다를 외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그 역할을 잘 해 주었다. 두고 두고 여행지에서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이니 나처럼 급하게 제주에서 원피스를 사고 싶다면 산방산도 볼 겸 끌림에 가 볼 것을 추천한다.